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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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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16) 수림에서 맺은 인연 김장혁
2024년 01월 29일 07시 57분  조회:70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1권


             7. 수림에서 맺은 연분
 
 
 
       
      녹음이 짙은 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기운봉 기슭의 수림은 비온 뒤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타나자 더욱 청초하고 수려하였다.  개암나무들이 듬성듬성 난 풀숲 속에 빨간 나리꽃송이 활짝 피어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방불케 했다. 수림 속에 스며드는 부채살 같은 해살 속에 하느적거리는 나리꽃, 도라지꽃은 방실방실 웃음꽃을 피우면서 옥실을 반겨 맞았다. 
     양천 허씨 네 큰 딸 옥실은 이름과 같이 살결이 백설처럼 희였고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한데다가 호리호리하게 생긴 처녀애였다.
    옥실은 어린 남동생 명철과 함께 버드나무바구니를 끼고 머루를 따러 기운봉 기슭으로 올라갔다.
    “야- 저 나리꽃!”
   옥실은 환성을 지르면서 두 손을 활짝 벌리고 치마자락을 휘날리며 달려나갔다.
    그때 나무꼬챙이를 쥐고 뒤따르던 명철이가 고함쳤다
    “누나! 조심해, 여긴 뱀이 많은 곳이야!”
    옥실은 그런 말에 신경을 쓸 새 없이 달려가 나리꽃을 몇 송이 꺾어 뾰족코에 대고 흠흠 꽃향기를 맡았다. 까만 반점이 박힌 빨간 나리꽃은 곱기도 하고 향기로웠다. 그런데 빨간 나리꽃의 노란 화분이 하얀 얼굴에 묻어 노란 분칠을 한 것 같아 자연미를 한껏 돋구어주었다.
     옥실은 노란 장미꽃, 빨간 장미꽃을 꺾는다, 하얗고 파란 나팔꽃을 줄기채로 훑어낸다 하더니 꽃다발을 틀어 머리 우에 얹었다. 참말로 꽃 같은 얼굴에 꽃다발을 얹고 수림 속에서 달아 다니는 옥실의 그 모습이 비할 데 없이 예쁘기도 했다.
     명철은 몽둥이를 쳐들고 누나 뒤를 따라 다니면서 어데 뱀이 기어 나오면 당장 때려죽일 듯이 의심스러운 풀숲을 돌아가며 헤치면서 살폈다. 그런데 명철은 누나의 머리에서 나리꽃잎을 하나 뚝 뜯어 내 입에 넣고 씹었다.
    옥실은 눈을 곱게 흘기면서 종알거렸다.
   “야, 애도 남의 고운 꽃다발의 꽃 이파리를 뜯어먹다니?”
   명철은 또 꽃 이파리를 하나 뜯어먹으면서 빈정거렸다.
   “산속에서 뛰어 다녔더니 이 어른이 좀 시장하단 말이야.”
   옥실은 명철이 또 꽃 이파리를 뜯어 낼까봐 꽃다발을 벗어 손에 쥐고 봇나무 수림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야, 이 머루를 봐라.”
    명철은 봇 나무 숲속에 멈춰선 누나를 보고 뒤따라 뛰어갔다.
    그들의 눈앞에는 황홀경이 나타났다. 허리만큼 실한 봇 나무에 바를 걸친 듯이 얼기설기 내리 드린 머루넝쿨에 까만 머루송치가 데룽데룽 매달려있었다.
    파랗고 넙죽한 머루 이파리 속에 매달린 까만 눈동자처럼 초롱초롱 윤기 나는 머루 알은 탐스럽기만 했다.
    옥실은 가늘고 하얀 식지와 중지로 머루 한 알을 뜯어 입안에 넣고 오도독오도독 씹어 먹었다.
    “아이고, 시큼해라.”
    옥실은 대번에 외까풀 눈을 한일자로 감아버리면서 오만상을 찌프리었다. 명철은 다다가 머루 한 송치를 뜯어 입에 포도 알을 넣고 질근질근 씹었다. 뒤이어 그는  누나와 함께 포도송치를 부지런히 따서 옥실이 든 버드나무바구니에 넣었다. 어느새 바구니에는 까만 머루송치가 무룩하게 쌓였다.
    이때 저쪽에서도 영월동의 상우와 그의 큰 누나 어금이 산나물을 캐면서 이쪽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얼굴이 너부죽하고 곱게 생긴 어금은  벌써 처녀티가 완연했다. 자지 색 나리꽃을 입에 문 어금은 숲속에 내린 나리꽃같이 예뻤다. 그녀의 남동생 상우는 중등 키에 실하게 생긴 편이었다.
     옥실은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눈인사를 하였다. 그녀는 청석바위 우에 뻗어 올라간 머루줄기 밑에 까만 머루송치가 다닥다닥 달려 있는 것을 보고 그리로 와삭와삭 풀숲을 헤치면서 다가갔다.
     그녀가 탐스러운 머루송치를 뜯어 바구니에 담자고 하얀 손을 뻗칠 때다. 하얀 바탕에 새까만 점이 얼룩덜룩 박힌 터덜터덜한 독사가 머루넝쿨에서 혀를 날름거리면서 노려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앗! 뱀이야!”
    그 비명소리에 명철은 반사적으로 왼쪽어깨에 둘러멨던 몽둥이를 오른손에 바꿔 쥐였다.
    “에이크!”
    명철은 몽둥이를 휘둘러 독사를 내리쳤다. 그런데 독사가 그만 몽둥이에 맞아 옥실이 든 바구니에 툭 떨어졌다.
     “에구머니!”
     옥실은 바삐 바구니를 달랑 떨어뜨렸다.
    설상가상으로 독사 한 무리가 바위 밑 풀숲에서 기어 나와 대가리를 쳐들고 그들을 공격해왔다. 분명 굴 독사들은 이 불청객의 침입을 그저 볼 수만 없었던 모양이다.
    이 나무 저 나무 가지들에서 독사들이 데룽데룽 매달려있다가도 땅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그 놈들은 대가리를 쳐들고 그들에게로 맹공격해왔다.
     “피해!”
     위기일발의 시각에 경숙과 경인이 고함치며 낫을 들고 뛰어왔다.
     그들은 낫을 휘둘러 고사리 숲처럼 대가리를 쳐들고 옥실한테 달려드는 독사무리 목을 쳐댔다. 상우도 달려와 명철과 함께 몽둥이로 나무 가지에 데룽데룽 매달린 독사들을 때려잡았다.
     옥실과 어금은 봇 나무 뒤에 숨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오른 식지를 입에 물고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떨면서 총각 애들이 독사를 잡는 것을 보고 있었다.
    총각애들이 휘두르는 몽둥이와 낫에 맞아 뱀의 대가리와 피가 사처로 날렸다.
     “이 놈들아! 다 덤벼들어라!”
    사기난 명철도 고함치면서 몽둥이를 휘둘러 독사들을 때려 죽였다.
    대가리가 낫에 맞아 날아난 뱀들은 의연히 꼬리가 꿈틀거렸다.
    옥실과 어금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점점 뒤로 비실비실 물러서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했다.
    호리호리한 총각 경인은 뒤돌아보면서 다급히 소리쳤다.
     “삼십육계에 줄행랑이 제일이오. 어서 빨리 달아나오. 우리 독사무리를 막을 테니.”
    그제야 정신차린 옥실과 어금은 걸음아 날 살리라고 바구니고 뭐고 다 던져버리고 머루 덩굴 숲속에서 달아났다.
     한참 후에 명철과 경인이 뻘건 피 묻은 낫과 몽둥이를 들고 숲속에서 뛰어나왔다. 경숙은 머루를 담은 바구니를 들고 와서 옥실에게 내밀었다.
    “자, 이 좋은 머루를 가지고 가오.”
    옥실은 머루바구니를 받으면서 귀밑까지 발갛게 붉혔다.
    “고맙소. 여러분이 아니었더라면 큰 경을 쳤을 번했소.”
    그녀는 고마운 눈매로 키 큰 경숙을 쳐다보았다.
    명철은 옆에 서 있다가 자기 누나에게 경숙과 경인을 인사시켰다.
   “누나, 이제 금방 알았는데 이 형님은 운주동 최훈장네 형님들이라오.”
    옥실이 나서면서 경숙과 경인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러나 원래 말수가 적은 경숙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둘째 경인은 앞에 나서면서 인사를 받았다.
     “일이 생기지 않았으니 됐소. 이후에는 이 근방에 와서 머루를 따지 마오. 독사에게 물리면 큰일이 아니오?”
    이때 상우가 나서 알은체 했다.
    “알고 보니 큰아버지 전번에 외우던 최 훈장 어른 네 형님들이구만. 우린 영월동의 김병완 할아버지의 작은 집 손자 맏손자 상우와 맏손녀 어금이오."
     경숙과 경인이도 전번에 수림 속 감자밭에서 만났던 성칠을 떠올리면서 아주 반갑게 대했다.
     어금은 최사련 할머니와 성칠 큰아버지에게서 최구장과 최구철 두 어른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초면이었지만 이젠 구면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키는 크지만 말수가 적은 경숙보다 중등 키에 해박해 보이는 경인에게 눈길이 더 갔다.
      그는 버들바구니를 왼팔에 낀 채 가리마를 쪽 낸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면서 인사를 드렸다.
      “정말 고맙소. 두 분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무슨 사고가 생겼겠는지 모르겠소.”
      경숙보다도 키가 더 큰 경인은 시무룩이 웃으면서 어금을 바라보며 화답했다.
     “천만의 말씀을. 우린 령을 사이 두고 영월동과 운주동에 사는 형제와 같은 사람들이오. 이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서로 도우면서 살기요.”
     명철이 넓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옳소. 우리는 한마을에서 사는 형제들이오. 이후에는 한집안의 형제들처럼 재미나게 보내기요.”
     허옥실은 수집어서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면서 경숙을 훔쳐보았다.
    경숙은 가타부타 말없이 낫을 들고 나무하러 기운봉 기슭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뒤에서 옥실은 멀어져가는 경숙을 지켜보면서 서 있었다.
     경인과 상우, 명철, 어금 등은 수림 속에서 웃고 떠들면서 놀다가 점심때가 다 돼서야 각기 자기 고향마을로 내려갔다.
     울울창창한 수림에서 부채살 같은 해빛이 처녀총각들의 뒤를 따라 걸어왔다. 드문드문 그들이 주고 받는 말 틈새에도 해빛은 옥구슬을 끼워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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